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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이야기.

by 삶은배움 2020. 10. 24.

개인적으로 코로나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에 주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꼈던 경험을 공유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지난 5월에 고성으로 비교적 긴 여행을 다녀왔다. 회사 생활과 힘든 일상을 어떻게든 잠시 내려두고 싶은 마음이 역력했던 상황이었고, 코로나 문제도 있었기에 최대한 사람들이 없이 조용히 아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강원도의 바닷가 옆 작은 마을을 찾게 되었다. 5일 정도 똑같은 곳에 머물면서 매일 아침을 같은 식당에서 해결하게 되었다. 주인 분들과 이틀째 되는 날 소소한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고, 서로 하는 일과 일상생활들에 대해 사소한 스몰토크를 나눌 수 있었다. 둘째 날 아침을 먹고 내일 오전에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식당을 나섰고, 문제가 발생한 날은 사흘째 아침이었다.

 

둘째 날 밤, 조용히 숙소 앞바다에서 낚싯대를 담그고 있던 늦은 밤이었다. 산불이 발생했다는 재해 문자를 받게 되었고, 내륙에서 발생한 산불은 급속히 번졌고, 곧이어 나와 아내가 있는 해안가까지 모두 대피하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급히 낚시를 접고, 숙소에서 아내와 불안하게 새벽을 지새웠고, 밤새 소방차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에 방문했을 때, 뉴스를 통해 이른 아침에 불길이 잡혔다는 소식을 접했고, 식당은 밤새 화마와 사투를 벌인 소방관분들로 분주했다. 나와 아내가 식당에 도착한 시점에 소방관 분들은 식사를 마치고 업무로 복귀를 준비하고 계셨고, 곧 모두 식당에서 나갔다. 곧이어 식당 주인 내외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사장님이 무심하게 내뱉는 한마디를 들었다.

 

“그래도 봄이라, 풀들이 자라고 산이 습하니 이정도로 끝난 거야, 작년 겨울은 정말 위험했어”

 

아, 그때서야 여행길에 고성으로 들어오는 7번 국도 근방 산들이 산불이 났던 것 마냥 민둥산이었던 것과, 누가 봐도 불이 붙어서 밑동만 남기고 검게 탄 자국이 남아있던 나무들을 운전 중에 지나친 기억이 났다. 작년 겨울에 고성에서 큰 산불이 났었다는 것도 어렴풋이 뉴스에서 보았던 기억도 났다.

 

“이 동네 사람들은 아직도 지난번 산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또 다시 그런 산불이 나면 안되는데.. 코로 나 때문에도 힘든데 말이야. 허 참...”

 

걱정 어린 말투와 함께 나와 아내의 아침상을 차려졌고, 식사를 하는 동안 뉴스 속보를 통해 강원도내의 모든 소방서와 심지어 전국구의 소방서가 고성으로 출동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식사 중 자연스레 식당 주인 내외분과의 대화는 코로나를 주제로 옮겨갔고, 그 후 이어진 대화를 통해 코로나가 얼마나 우리 주위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얼마나 와닿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식당 하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어. 그리고 식당 사업과 연결된 모든 납품을 하는 회사들도 그렇지.” 사장님은 말을 이어갔다.

 

“일단, 코로나가 발생하니 사람들이 식당을 오는 횟수가 많이 줄었어. 식당뿐만 아니라 모든 매장들도 그럴 거야. 그리고 그게 얼마나 많은 회사들과 연결되어 있는지 일반 손님들은 잘 몰라. 우리만 해도 매주 2번 정도 납품받던 식자재 횟수가 거의 10일에 한 번으로 줄었어. 술 같은 경우는 1주에 한 번씩 납품받던 게 지금은 3주에 한번 정도 받고 있고. 그리고 식탁에 깔린 비닐이나 나무젓가락 같은 일회용품은 코로나 터지고 나서 한번 정도 더 샀던가?”

 

사장님의 말씀으로 식당에 오는 손님이 줄은 것으로 인해 모든 연결된 사업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그 식자재나 술, 일회용품 같은 식당에 납품하는 업체는 어떨 것 같아? 이 동네에 술을 유통하는 회사들이 있는데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들었어. 식자재 배달해주는 아저씨도 힘든 것 같더라고. 연결되지 않은 게 없더라구.”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식사를 마쳤다.

 

“내일까지 있는다고 했었지? 내일 보자고”

 

식사를 마치고 내일 뵙자는 말을 남기고 식당을 나서는 우리 내외의 발걸음은 식당에 들어올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조금 더 무거워졌다. 그리고 코로나가 소상공인들에게 생각보다 훨씬 깊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몇 개월이 지나고 최근 8월 즈음에 코로나가 2.5단계 까지 격상되었다. 집 근처에 자주 방문하던 아주 좋아하는 식당도 폐업을 했고, 유명하다고 알려진 프랜차이즈 식당 등, 그리고 강남에 위치했던 대형 패션 브랜드도 문을 닫았다. 이태원의 맛집들도 옛날에 작성된 블로그나 후기는 보이지만, 지도 앱에서 검색이 안 되는 게 분명 문을 닫은 것이 맞는 듯싶다. 계속해서 경제적으로 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최근 10월, 코로나 경계 레벨이 2단계, 1단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오랜만에 단골로 방문하던 횟집을 찾았다. 오랫만에 뵌 사장님은 그나마 코로나 경계 레벨이 1단계로 바뀌니 숨통이 조금 트인다고 말씀하신다.

 

돌아보면, 내가 만난 몇 분 되지 않는 사장님들께 듣게 된 코로나의 무서움이 이 정도인데, 코로나 시대의 한 복판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장들은 얼마나 그 타격이 클지 나 같은 직장인은 아직도 모를 것이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버틴 자가 강한 것인지, 강한 자가 버티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한 것 같다. 오히려 내려놓는 자가 강한 자인지, 강한 자가 내려놓는 자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당연해진 것 같은 요즘, 마음속으로는 빨리 이 시간이 지나고, 다시금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각자 좋아했던 식당과 술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편하게 술 한잔 할 수 있는 미래가 다가오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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